자작소설 토토로레벨업 5화 수련(1)

  • 조회 162
  • 추천 0
  • 01.17 00:00

베팅 소설을 써봐야지 하고 구상한 것이 생업치이네요.

5화 올려봅니다. 재밌어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안끊기고 한번에 올라가네요 ^^;;)

 

제5화 수련(1)

 

맛있는 밥 냄새에 눈을 떴다.

 

 

꿈이 아니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 침대의 포근함.

 

 

그리고 엄마의 따듯한 음성.

 

 

"원아, 밥 먹자."

 

 

부시시 눈을 비비며 엄마가 내어주는 식탁 의자에 앉으려 할 때였다.

 

 

"으악!"

 

 

저.. 저 놈이 왜 저기에…

 

 

식탁 아래 한 켠에 앉아있는 저 음흉한 고양이, 강귀가 혀를 낼름거리며 핥짝핥짝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우리 원이가 길냥이도 돌볼 줄 알고.

 

그렇게 세심한 남자인지 엄마가 몰랐네."

 

 

"아, 아니요 엄마. 내가 데리고 왔다기 보다는 쟤가 날 따라왔어요.

 

분명 집 밖에 두고 들어왔는데…"

 

 

"아침부터 냥냥하고 있길래 엄마가 들어오라고 했어.

 

아유, 이뻐라. 어쩜 저렇게 맛있게 잘 먹나 몰라."

 

 

"냥냥… 이라고요?"

 

 

"냥!" 그 때 강귀가 이쪽을 보면서 짧고 맑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응. 저렇게 귀엽게 냥하고 부르는데 어떻게 그냥 두니.

 

너무 예쁘다~"

 

 

"엄마, 저 놈 저거 그냥 고양이가 아니예요.

 

사람 말 다 알아듣고 말도 하고."

 

 

"엄마도 알아-. 말이 통하더라. 그렇지? 엄마 말 다 알아듣지?"

 

 

엄마가 강귀를 향해 씽긋 웃어보이자 그 음흉한 놈이 또 다시 '냥'하는 외마디 울음소리를 냈다.

 

 

눈과 볼을 양눈 윙크하듯 씰룩 거리며 온갖 귀여운 척은 다하고 있었다.

 

 

"아, 강귀 저놈. 저거 완전 선수네.

 

암튼 엄마, 내가 데려온 거 아니니까 너무 잘해줄 거 없고,

 

내가 적당히 응? 집에 털먼지 안날리고 엄마 귀찮지 않게 내가 잘 할께요.

 

엄마는 그냥 신경끄는게 좋을 것 같아."

 

 

"강귀? 그게 고양이 이름이야?

 

아유, 아들 센스하고는 정말.

 

아무리 부르는게 이름인 길냥이라지만 강귀는 너무했다.

 

이렇게 이쁜 아이한테."

 

 

와, 돌아버리겠네.

 

 

엄마의 눈은 강귀에게 완전히 꽂혀있었다.

 

 

가여운 길냥이를 입양한 캣맘의 마음이 로얄젤리가 되어 끈적끈적하게 베어나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나저나 아들이니 딸이니?

 

얼굴이 이쁘장하니 당연히 딸이겠지?

 

엄마가 원이 동생으로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너무 잘됐다."

 

 

"아니요 엄마. 쟤 암컷 아니예요."

 

 

내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강귀도 자신이 '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몸을 꿈틀거렸다.

 

 

강귀는 천연덕스럽게 슥 돌아서서는 뒷다리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땅콩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앙큼한 엉덩이를 보란 듯이 우리를 향해 번쩍 들어올렸다.

 

 

"어머어머, 저 땅콩봐. 아유 그렇게 이쁜 얼굴을 하고 어떻게 그런 왕땅콩을 달고 있는거니."

 

 

우리를 향해 보란 듯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강귀를 보며 엄마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깔 호호호 자 지러지는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강귀의 땅콩이 그렇게 좋은가?'

 

 

엄마가 저토록 유쾌하고 신나게 웃는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전 기억 속 엄마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버거우면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느라 늘 기운이 없고 많은 것을 신경쓰고 걱정하는 모습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활짝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귀여운 척하는 강귀가 아주 미워보이지 만은 않았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이것이 행복 아닐까.

 

 

나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지은 쌀밥을 크게 떠서 한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엄마, 내가 베터한다고 하면... 엄마는 어때? 괜찮겠어요?"

 

 

나의 예상과 달리 엄마는 베터라는 말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베터 할 수만 있으면 좋지-. 그런데 그게 어디 아무나 되니?

 

엄마도 조금씩 해보는데 너무 어려워.

 

아들, 꿈이 큰 건 좋지만 베터는 게 아무나 되는게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베터가 아니어도 엄마는 괜찮아. 우리 아들이 뭘 하든 믿어."

 

 

뭐지? 베터가 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러니까 엄마. 엄마도 베팅을 하는데 베터가 아니고, 내가 꿈을 크게 갖는 건 좋은데 베터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우리 아들이 베터가 된다면야 엄마가 등에 업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지.

 

근데 베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건데.... 엄마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괜찮아. 무리하지 말어. 알겠지?"

 

 

그렇게 엄마와 함께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교를 향하며 베터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도대체 이세계에서 베터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 걸까?

 

 

강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베터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베터가 될 수 있는데 베터가 되지 않겠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귀, 베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어김없이 나의 한쪽 어깨를 차지하고 손에 아니 앞발에 침을 바르며 온 얼굴을 열심히 닦아대고 있는 강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오, 좋은 질문이야.

 

이제야 강귀의 원픽, 신 원다운 모습이구만."

 

 

엄마 앞에서 온갖 귀여운 척은 다하며 '냥냥'거리던 강귀가 본래의 그 음흉한 목소리를 다시 드러냈다.

 

 

 

"원, 몇번을 말하지만 너는 그냥 베터가 되는 것이 아니야.

 

이 강귀와 함께 이세계를 완전히 장악할 최고의 베터가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준비한 강귀님의 특별 코-스."

 

 

강귀의 말과 함께 홀로그램 화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익숙한 베트콩(BetKong) 메인페이지가 보이는 이 홀로그램을 강귀는 이세계 환영영상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나저나 그렇게 돌고 돌아서 결국은 베트콩이라니.

 

 

"에이 뭐야, 결국 여기서도 베트콩이야?"

 

 

베트콩은 베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하나로 특히 한국과 동남아지역 베터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었다.

 

 

친숙한 파란색 인터페이스가 반갑기도 했지만 배당이 박하고 지독한 환급률과 관리미숙으로 악명이 높아서 안 좋은 기억이 많았다.

 

 

"친숙한 시스템이 적응도 빠르고 좋지 않겠어?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이 베트콩은 단폴, 실시간, 그리고 한급률 100%를 제공하지."

 

 

진저리를 치며 실망하고 있을 때, 강귀의 솔깃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오, 그래?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아, 또 막상 보니까 몸이 살살 쑤시는데?

 

어디 오늘은 어떤 경기가 있나 한번 볼까."

 

 

강귀의 말에 몸이 달아올랐다.

 

나는 자연스럽게 익숙한 화면 첫페이지에 보이는 프로베터를 선택했다.

 

 

'띠링, 띠링.'

 

 

그러나 터치소리만 들릴 뿐 아무리 해도 프로베터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뭐야, 이거. 여기서도 랙인가? 서버 터지고 느려지고 뭐 이런거 아니야?

 

와, 갑자기 힘들게 분석하고 못샀던 거 생각나네.

 

사람 승질나게 진짜, 이런 식이면 나 베트콩 안해. 아니 못해. 다른 데로 연결해줘."

 

 

"크크크크. 그 조바심, 그 조급증.

 

몇 번을 말하지만 그것부터 다스려야 한강을 벗어날 수 있어.

 

지금 너는 막 깨어난 한강급이라고. 그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설마 프로베터로 가는 문이 그렇게 쉽게 열릴 줄 알았나?"

 

 

"아이씨, 한강이고 흑우고 다 필요없고 빨리 경기 좀 보자고.

 

어떤 게임이 있는지를 알아야 분석을 하고 픽을 선택할 거 아니야?"

 

 

"흐음, 베터가 되겠다고 마음먹어준 건 좋은데…

 

상태를 보아하니 예정했던 것보다 더 빡센 훈련에 들어가야 되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던 강귀는 멋대로 베트콩 화면의 튜토리얼 모드를 터치했다.

 

 

[환영합니다. 뉴비님. 베팅을 시작할 닉네임을 입력하세요.]

 

 

"뭐, 뭐야 갑자기.

 

튜토리얼이라니? 누굴 초짜 취급하는 거야? 지금, 어?

 

나 베트콩 경력 10년이야!"

 

 

이미 베트콩 사용법을 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거대한 글로벌 사이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터였다. 그런 나에게 튜토리얼이라니.

 

 

강귀가 날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았던 흥분이 다시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봐, 원. 지금 그 모습으로 프로베터에 들어가면 처참한 결과를 맞게 될거야.

 

성에 차지 않겠지만 나, 강귀를 믿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니 바로 그 마음부터 다시 수련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따라와주지 않겠나?"

 

 

"처참한 결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말하는 강귀의 말에 흥분이 착 가라앉았다.

 

 

그래. 적어도 지금 믿을 건 강귀 밖에 없다.

 

 

인생한방, 인생역전을 노리며 베팅하던 지난 시절은 잊어 버리자.

 

이 곳에서는 이 곳의 룰에 따라 제대로 된 베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베터의 길.

 

두렵지만 피하지 않는 건, 정말 제대로 잘 살아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것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목숨까지 던져가며 베팅하던 지난 생과는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한강에서도 사실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야. 그렇게 살기 싫었던 것 뿐이지."

 

 

마치 어제와도 같은 그 날의 기억과 감정이 서늘한 소름으로 온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나는 닉네임을 묻는 튜토리얼 화면을 검지로 꾹꾹 누르며 한글자 한글자 적어내려갔다.

 

 

'네오니스'

 

 

[환영합니다. 네오니스님.]

 

 

[뉴비 등급 및 튜토리얼 모드를 활성화 합니다.]

 

ID : 네오니스

 

등급 : 뉴비

 

튜토리얼 모드 : 100회 자유베팅

 

보유머니 : 500콩

 

 

100회 자유베팅에 500콩이라.

 

1콩이 100원이니까 500콩이면 50,000원이다.

 

 

ID등록만으로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챙겨주다니.

 

단폴벳, 실시간벳, 100%환급률에 이어 참으로 후하고 흡족한 베팅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후후, 이 5만원을 500만원으로 확 불려서 실력을 한번 보여줄까.'

 

 

언젠가 100콩으로 500배가 넘는 배당을 터뜨렸던 기억과 그 때의 짜릿함이 떠올랐다.

 

 

몸이 또 후끈 달아오르고 있을 때, 강귀놈이 나의 베트콩을 또 제멋대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100회 자유베팅, 단콩벳 모드를 활성화합니다.]

 

 

"뭐, 뭐야 이게.

 

단콩벳 모드라니?"

 

 

단콩벳은 베트콩 최소 베팅단위인 1콩, 즉 100원짜리 베팅을 의미했다.

 

베트콩 유져들이 단콩의 발음을 살짝 꼬아서 소위 땅콩벳이라고 비꼬아 말하는 최소단위 베팅이었다.

 

 

'어어'하는 사이에 강귀를 말릴 틈도 없이 튜토리얼 세팅이 종료되었다.

 

 

[튜토리얼 매니져 강귀를 등록하였습니다.

 

튜토리얼 세팅을 완료하였습니다.

 

벳매니져 잠금모드를 활성화 하였습니다.]

 

 

"야, 강귀! 이게 뭐야 도대체.

 

지금 나보고 땅콩벳을 하라는거야?

 

아니, 베터가 되라며?

 

세계 최고의 베터가 되야 한다며?

 

튜토리얼? 훈련? 그래 좋다 이거야.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지.

 

그런데, 땅콩벳이라니.

 

와, 진짜 튜토리얼 100회 땅콩벳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너무해!"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지는 나를 보며 강귀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고 있었다.

 

 

"냥"

 

이라니……

 

 

제멋대로 나의 튜토리얼 모드를 설정하고 자신을 벳매니져로 등록하더니 잠금기능까지 걸어버리고.

 

 

그야말로 아침부터 시작된 강귀의 농간에 계속 놀아나는 꼴이었다.

 

 

수련이고 나발이고, 아 이놈을 어떻게 엿먹이지?

 

 

한번에 100만원, 200만원씩 베팅하던 나에게 땅콩벳이라니. 땅콩벳이라니?!

 

 

후우. 이것은 수련이 아니라 시련이었다.

 

 

땅콩벳 100회 따위, 아무런 감흥없이 그냥 그렇게 후딱 지나가 버릴 것 같았고 한편으론 제발 그러길 바랬다.

 

 

아니, 아무렇게나 100조합 만들어서 그냥 후딱 해치워 버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착각이고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 계 속 -